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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 LIFE/2016~2017

팝픈뮤직 온리 이벤트 FEEL SO GOOD 37 참관 후기

by 小雨 2017. 2. 23.

팝픈뮤직 온리전 필소굿 FEEL SO GOOD 37 방문기

2017년 2월 11일 (토요일)

장소 : 일본 도쿄 도 오오타 구 헤이와지마 도쿄유통센터 (日本 東京都 大田区 平和島 東京流通センター) E·F홀(제2전시장)

http://www.youyou.co.jp/only/pop/37/


  약 1년만에 다시 찾은 도쿄. 지난 번에도 FEEL SO GOOD(이하 FSG, 필소) 행사를 찾기 위해 도쿄를 방문했었지만, 당시에는 일행도 있고, 숙소도 잡아서 도쿄와 사이타마의 여러 곳을 돌아다녔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숙소도 안 잡고, 금요일 밤에 출발하여 토요일에 열린 FEEL SO GOOD 행사를 참관하고, 남은 시간동안 도쿄를 돌아다닌 뒤 일요일 새벽에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무박 3일의 일정이었다. 이런 일정을 짠 것은 비용 문제도 있었지만, FSG 외에는 딱히 가고 싶었던 곳이 크게 없었고 숙소 비용도 늦게 결정된 일정 탓으로 싸게 잡을 수 없어서 결국 이런 하드코어 밤도깨비 여행을 다녀오게 되었다. 주인장은 몸이 그렇게 건강한 편이 아닌데다 최근 공부 등으로 쌓인 피로 탓에 과연 잘 다녀올 수 있을지 걱정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잘 다녀온 것 같아서 이렇게 글도 쓸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FSG 및 JB의 경우에는 JAEPO와 겹치는 일정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민을 했던 것으로 알고, 나도 두 행사 중 어디를 갈지 고민을 잠시 했으나, JAEPO를 갈 경우 하네다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기도 하고(치바 현에 있는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다.), 24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쓰게 되는데다 FSG에 참가한 일본인 지인들도 만나고 싶어서 결국 FSG를 택했다.


  이후에 만일 나처럼 피치항공 인천-하네다 새벽 비행기편을 이용해 무박으로 FSG나 JB에 참가할 계획이 있는 분이라면, 도쿄 모노레일 1일권 패스를 끊기를 권장한다. 주말 및 특정 기간 한정으로 매표기에서 판매하는 패스로, 1일동안 700엔에 도쿄 모노레일을 무제한으로 탑승할 수 있다. 하마마츠쵸浜松町 - 하네다공항 국제선 터미널 사이 편도운임이 490엔이기 때문에 하루 내에 공항을 왕복할 경우가 생겼을 때에도 이득인데(980엔 - 700엔 = 280엔 이익), FSG나 JB가 열리는 유통센터를 오가는 것까지 합치면 최소 4번은 도쿄 모노레일을 하루 안에 이용하기 때문에 훨씬 교통비를 더 절약할 수 있다. 꼭 나와 같은 일정이 아니더라도, 여행 전에 자신의 일정에 따라 적절하게 이용하면 손해는 안 볼 것이다.


  2월 10일 밤에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2월 11일 새벽 1시경에 무사히 입국심사를 받고 하네다공항에 들어설 수 있었다. 여행하기 전에 중국 및 일본에서 한국인에 의한 금괴밀수 범죄가 적발되어서 이 때문에 혹여 더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무사히 입국에 성공했다. 1년 전에 비해 크게 바뀐 모습은 없던 것 같다. 새벽 3시쯤에 자리를 겨우 잡아 의자에 누워 눈을 잠시 붙이고 나니 6시가 되어 있어서 화장실로 달려가 간단히 세안 및 양치, 단장을 하고 공항을 나섰다. 좀 더 부유한 일정이었다면 화장실 옆에 있는 샤워시설을 이용했을지도 모르겠지만.


  7시에 모노레일을 타고 공항을 나와 종점인 하마마츠쵸까지 가서 규동집 체인 마츠야松屋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사실 공항 내에도 스키야가 있기는 한데, 일단 공항을 나와 바람 좀 쐬고 싶었다. 하마마츠쵸에서 내려 서편을 바라보면 큰 빨간색 타워 하나가 보이는데, 그것이 바로 도쿄 타워이다. 도쿄에 거주중이신 지인분의 귀띔으로 도쿄도 날씨가 춥다고는 전해들었지만 설마 서울보다 춥겠냐 싶었는데, 서울만큼은 아니더라도 정말 추웠다. 전날 집에서 나오면서 실수로 셔츠 위에 스웨터를 못 껴입고 왔는데, 그게 매우 후회되는 날이었다. 


  아침을 먹고 다시 모노레일에 탑승하여, 8시 반경에 FSG와 JB가 열리는 유통센터(流通センター)역에 내렸다. 작년에 갔을 적에는 10시 조금 넘어 도착했더니 사람이 많아 이번에는 더 일찍 가보자 하고 갔는데, 도착해서 줄을 보니 웬걸, 작년보다도 줄이 더 많잖아! 하면서 절망했다. 하지만 뭔가 이상해서 줄을 통제하는 직원의 팻말을 보니 메인 빌딩에서 열리는 다른 행사의 대기행렬이었고, 그 옆의 제2전시장의 앞에 이 행사를 주관하는 STUDIO YOUYOU의 팻말이 보여 냉큼 갔다. 그런데 그래도 이른 시간인데 줄이 길어서 왜 그럴까 싶었는데, 이는 팜플렛을 구매하고 나서야 의문이 풀렸다.


  9시가 조금 넘어 줄이 움직이면서 입장료 겸해서 판매하는 팜플렛을 1000엔에 구매하고, 센터 북측의 공터로 이동하여 3시간동안 앉아 대기하였다. 그런데 안그래도 추운 날씨였던데다가 응달이어서 햇빛도 안 들고, 도쿄 만(灣)의 매서운 바닷바람까지 불어닥치니 내가 이러려고 여기를 왔나 자괴감이 들 정도로 추위에 덜덜 떨었다. 이후에도 겨울에 도쿄를 갈 일이 있다면 정말 단단하게 무장하고 가야겠다는 결의를 품은 시간들이었다. 슈게이저(chilblain)가 머리속에서 흘러나오며 이대로 얼어죽는건가...싶으면서도 어떻게든 정신을 붙잡으려고 했고, 팜플렛을 들여다보면서 같이 열리는 행사가 무엇이었는지 살펴보았다. 팜플렛을 보니 1층에서 열리는 오소마츠상(그 중에서도 카라마츠×오소마츠)과 H타리아(영국 × 일본) 온리 이벤트때문에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었다. 둘 다 내가 안 보는 작품이지만 앞은 그렇다쳐도 뒤는 한국인의 입장에서 매우 꺼림직한 작품이라서 기분이 괜히 찝찝해졌다. 마침 내 바로 앞에서는 그쪽에 참가하려는 사람들이 앉아서 스마트폰 화면에 일본의 국기와 영국의 국기가 크로스된(......) 이미지 같은게 보이기도 했다.


  작년과 달리 이번에는 메인빌딩이 아니라 그 옆에 있는, 유통센터역 바로 앞에 있는 제2전시장(2층규모)에서 행사가 진행되었다. 규모도 그에 따라 약간 작아졌다. 전술한대로 오소마츠상 및 H타리아의 온리전이 1층에서, FSG나 JB를 비롯한 나머지 행사는 2층에서 열렸다. 입장시간인 12시가 되어 줄이 조금씩 움직이고, 나도 드디어 들어가면서 '살았다'하는 한숨을 내쉬었다. 1층은 그야말로 사람이 바글바글했고, 2층으로 올라가니 한결 마음 편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번에는 지인들로부터 대행받은 건이 두어 건 있어서(하나는 당일에 오더를 받았다) 우선 그것들을 해결한 뒤, 지인분들을 뵙고 선물을 교환한 뒤 이야기를 나눴다. 작년에는 일본어가 지금 이상으로 서툴러서 간단한 인사 이상으로는 번역기에 많이 의존했는데, 이번에는 여러 분들을 뵙고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번역기에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를 잘 할 수 있었다. 작년 9월의 오사카 FSG.ex때와 마찬가지로 일본어 실력이 향상된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기뻤다 :^)


  마음같아서는 지인분들 외에도 사인이나 스케부를 받고 싶은 분들이 몇 분 보였지만 차마 그러지 못했고, 이번에도 사인아루 님과 쇼코 님께 올해 다이어리에도 사인을 받았다. 선물도 이것저것 챙겨주셔서 감사했고, 트위터로도 인사드렸던 이와 님이나 다이키리 님과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마침 JAEPO에서는 팝픈 부문의 KAC 결승전이 열려서 Youtube 중계를 사인아루 님과 함께 보기도 하였다(...). 약 한 시간 반 정도 센터에서 머무른 뒤, 길을 다시 나섰다.


 다시 하마마츠쵸에 도착한 이후에는 JR동일본의 도쿠나이패스(都区内パス)를 이용해서 야마노테선(山手線)을 한 바퀴 도는 도쿄 여행을 하였다. 작년에는 도쿄메트로 및 도영지하철을 많이 이용했지만, 이번에는 가보고자 하는 곳들이 모두 야마노테선 연선에 있어서 이 패스를 이용했는데, 쏠쏠하게 다니면서 기념 도장도 찍고, 재미있게 돌아다녔다. 특히 코마고메(駒込)에 있는 WGC에서 아케이드판 beatmania IIDX 4th Style을 접해본 것은 지금도 매우 인상에 깊게 남았다. 현재 최신작인 24 SINOBUZ에 비하면 비교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시스템이 불편하지만, 여기서만 즐길 수 있는 곡도 많기에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해 보려 노력했다. 다만 주 목적 중 하나였던 타카다노바바(高田馬場)의 팝픈 파티는 딱 한 판밖에 할 수 없었다. 일정이 저녁 이후로 갈수록 급박해졌기 때문에. 또한 이전에 트위터를 통해 접했던 아키하바라 토라타워에 있다던 팝픈 구작은 이미 철거된지 오래여서 하는 수 없이 되돌아나왔다. 돈은 이미 굿즈를 사는 데에 절반 이상을 사용해서 아키바에서 사고 싶은 물건도 딱히 없었고. 


  저녁 식사는 작년에도 갔던, 요요기(代々木)에 있는 야끼교자 및 대만식 라멘 가게에서 해결하였다. 혼자 갔지만, 야끼교자와 라멘을 먹으면서 트위터에서 나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레몬사와 한 잔 곁들이니 마음이 많이 풀어졌다. 조금 이른 시간이었으면 발품을 팔아 근처에 있는 신주쿠교엔(新宿御苑)에도 가볼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신카이 마코토(新海誠)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言の葉の庭)'의 주 무대가 된 장소이기도 한데, 유키노(雪野) 선생처럼 맥주와 초콜렛을 같이 먹지는 못하겠지만 신카이 감독의 작품들을 감명깊게 본지라 관련된 장소도 한번쯤 들러보고 싶었다. 이후를 기약해야 하는 일이 되었지만.


 밤에 이케부쿠로에서 JAEPO에 다녀온 친한 동생으로부터, 회장에서 선행판매된 SINOBUZ OST 두 개와 포스터를 건네받은 뒤, 다시 이케부쿠로에서 하마마츠쵸로 이동해 모노레일을 타러 갔다. 시부야 린(渋谷凛)이 생각나서 시부야도 들러볼까 했지만 시간이 조금 아슬하기도 했고 잠을 제대로 못 잔데다 추운데에 있던 탓으로 몸 상태가 좋지 못해 바로 시나가와를 거쳐 하마마츠쵸에서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조금 일찍 탑승권을 발권하고, 출국수속을 밟은 뒤 두 시간동안 공항에서 쉬다가 2시에 출발하는 인천행 비행기에 무사히 탑승. 탑승하자마자 바로 곯아떨어졌고, 깨어나서도 자취방에 돌아올 때까지 거의 계속 잠들었다.


  무박 3일 일정으로 도쿄를 다녀오면서, 교통비 및 숙소비 등은 최소화할 수 있었지만 대신 몸이 상당히 고된 일정이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또 이렇게 다녀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도 해야 할 일이 상당히 많은 상황에서 다녀온 여행이었기 때문에 마음의 짐을 온전히 벗어던지지 못한 채 다녀온 여행이라 그런지 마음 한켠이 내내 무거웠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잠시 떠나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이전부터 교류하던 일본인 지인들의 친절한 마음씨를 받아 다시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얻고, 예쁜 굿즈들도 구입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날이었다. 모쪼록 다음에 다시 갈 때에는, 더욱 더 듬직한 모습으로 갈 수 있기를 기원하며 이번 간단한 여행기를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