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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E

팝픈뮤직 25주년에 덧붙여 ポップンミュージック25周年に添えて

by 小雨 2023. 12. 2.

 

  2023년 9월 28일부로 팝픈뮤직은 발매 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당연히 당일을 전후해서 세계의 여러 유저들에게서 축하의 메시지가 올라왔고, 저 또한 축하와 감사의 말을 남겼습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5년 전 같이 20주년을 축하했던 옆 동네 댄스 댄스 레볼루션에서 25주년 기념 공모전 등을 하는 것을 보면서, 팝픈뮤직도 신작 혹은 그에 준하는 좋은 소식이 오기를 기대했습니다.

 

  비록 큰 것이 당일에 오지는 않았지만 팝픈 팀 트위터에서도 25주년을 기념하는 일러스트(위의 이미지)를 올리며 자축하기도 했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유니랩의 보스 곡 F/S와 4년만의 새 캐릭터 엘름이 나온 뒤, 각성의 엘름이라는 새 이벤트를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25년이라는 세월은 제가 살아온 세월보다는 당연히 짧지만, 사람으로 따졌을 때 대학교를 갔다면 졸업을 할 무렵이거나 군 복무를 마치고 후반기를 준비할, 본격 사회에 진출하거나 했거나 혹은 진출을 준비하는 나이지요. 1998년 9월 28일에 나온 첫 기종에서는 수록곡 14곡, 18명의 캐릭터라는 단촐한 시작이었으나 2023년 현재는 현행 아케이드에서 즐길 수 있는 구곡의 수만 1,700곡이 넘고 캐릭터도 수백명이 되는 거대한 세계로 진화했습니다. 팝픈도 그만큼 성장한 것이지요. 그리고 저는 팝픈뮤직으로 인해 일본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했고, 일본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이벤트(필소굿, 사운드 스타, 기타 팝 레스토랑, 콜라보 카페 등)에 참가하여 새로운 사람들, 국적은 달라도 같은 것을 좋아하는 마음으로 만난 친구 등 수많은 것을 받아 매우 감사하고 있습니다. 비록 요즘은 옛날만큼 오락실을 가지 못하기도 하고, 팝픈뮤직을 많이는 못 하고 있지만 여전히 좋아하는 마음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 블로그를 굳이 유지보수할 이유가 있을까요?

 

  여담으로, 트위터에서 여러 반응들 중에 조금 당혹스러운 한 일본인의 반응이 있었습니다. 오후가 지나도 새 소식은 파세리 관련 이벤트 알티 밖에 없어 설마 팝픈 팀이 25주년을 축하하는 트윗을 안 올리는 것인가, 혹은 25주년으로 새로운 기획(마침 옆집에서는 실제로 하고 있었기도 했고)은 안 나오는가 하던 와중, '너네는 생일을 맞이한 쪽 보고 생일에 일 하라고 하냐' '지금까지 매주 꾸준히 업데이트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뭔가 불합리하다.' 라는 식의 반응이었습니다.

 

 개인의 생일이라 해도 그런 식으로 말 하는 것도 이상하지만 서브컬쳐 업계에서 애니버서리를 운영하는 기업 및 브랜드에서 직접 언급하며 거기까지 올 수 있게 지지해준 유저들에 대한 감사와 이벤트 등은 이미 질릴 정도로 많이 벌어지고 있고, 심지어 생태 사이클이 짧은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는 .5주년, .25주년 등 기간을 쪼개면서까지 애니버서리랍시고 여러 이벤트를 하는 형국에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오는 반응이었습니다. 차라리 코나미 어뮤즈먼트가 개발하는 BEMANI 모두가 아예 그런 걸 신경 안 쓰면 모르겠는데 몇 번 얘기했다시피 같이 20주년을 축하했던 댄스 댄스 레볼루션은 25주년 곡 공모를 받아 얼마 전 KAC 2023 결승전에서 그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팝픈뮤직은 결승 신곡 ma plume 외에는 큰 소식이 없었죠.

 

  당시 팝픈뮤직에 25주년 기념으로 무언갈 해주길 바랐던 사람들은 욕을 하거나 위압적으로 무언갈 하라고 강요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법적으로 정해진 의무도 아니니 사실 코나미가 뭘 안 해도 그냥 아쉽다 하고 지나갔겠죠. 하지만 맨 위의 저 그림을 붙인 트윗 하나만으로도 많이 안도한 반응이었습니다. 공식이 적어도 잊지는 않고 있다는 사인이니까요. 유니랩이 전작인 해명 리들즈때의 실망스러운 성적을 넘기며 잘 운영하고 있다는 점은 저도 수긍하는데, 기념할만한 날을 맞아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를 바라는 것은 팝픈뮤직을 사랑하는 유저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굿즈라고 나오는 것도 언제 나올지 모를 OST를 제외하면 요새는 카드커넥트 아니면 코나프라라는 크레인 게임 둘 중 하나밖에 없는, 오로지 운빨좆망겜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말이죠. 대체로 한국인에 비해 일본인들이 회사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런 식의 반응은 너무 어이 없어서 장문의 일본어 트윗으로 반박도 했는데 저를 블락한건지 아니면 할 말이 없던 건지 별 반응 없이 지나가서 저도 그냥 지우고 - 어차피 뭔 말을 해봤자 받아들일 것 같은 사람도 아니었고 - 말았던 기억이 나네요.

 

  이 글을 굳이 지금 남기는 건 제가 뒤끝이 없는 성격이 아닌 소심한 성격이기도 하고 별별 희한한 걸 계속 생각하고 기억하는 성격이라서기도 하지만 '애니버서리'를 대하는 시각에 대해서 조금 논해보고 싶었고, 바빠서 올리지 못했던 25주년 기념 일러를 아카이빙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비록 KAC에서 결승곡이 또 어퍼...긴 했지만 red glasses와 PON의 합작 신곡, 그리고 3때의 물에 빠져 허우덕대던 아기천사가 맞나 싶을 정도로 성장한 포엣에 대한 팬 아트가 계속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아직 팝픈뮤직의 저력은 죽지 않았음을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